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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2/03/05 원작자의 뻘짓이 하늘을 찔렀을 때 소비자와 팬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3)
2007/12/23 세상이 뒤집어져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으리.
2007/07/06 어느 날 밤에.
2007/06/03 제스터즈 갤럭시의 비밀. (이랄 것까지야)
2007/05/14 유랑인 켄신 복수편이 졸작이 된 이유. (2)
2007/04/10 모여드는 Make My Day 완독.
2007/03/19 그 상을 받고 싶지 않다.
2007/03/05 오랜만에 츠바사로 타임킬링. (4)
2007/03/03 13년만의 매직 카이토 4권. (2)
2007/01/09 모에와 독서의 계절. (4)
2006/12/14 은반 칼레이도스코프 7권 ~부제 : 백합의 역습~
2006/11/06 C. ILIUS CAESAR. (4)
2006/11/02 겐지모노가타리. (6)
2006/10/10 명탐정 코난 55권.
2006/08/19 여보세요, 에도가와 란포 선생님? 여-보-세-요?
2006/07/20 사무라이 디퍼 쿄우와 센다이의 그이;에 관한 짧은(?) 단상.
2006/04/25 은반 위의 마녀 - 은반 칼레이도스코프 5, 6권 충동 구매 후.
2006/04/03 부녀(父女)의 로망.
2006/03/08 이봐, 여기엔 마술사가 너무 많아! (4)
2006/02/13 The Strange World of Edward Gorey. (4)
2005/11/24 독서란 좋은 것이다. (5)
2005/11/05 S, 웬 바람이 불어 타이거! 타이거! 를 재독했다 기분 잡치다. (1)
2005/10/26 심각한 자폭의 이단 콤보. (3)
2005/09/08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에 대한 아우성. (4)
2005/08/26 히스토리언. (7)
2005/08/02 고뇌할 틈도 없는 8면 봉쇄? (1)
2005/07/19 중증.
2005/05/20 로저 젤라즈니에 대한 피눈물나는 결론. (2)
2005/05/11 신들의 사회 혹은 젤라즈니에 대한 포효 (3)
2005/05/04 나는 기로에 서 있음이라. (3)
2005/03/13 호랑이여 호랑이여.
2005/03/10 Yeah, he is a kind of sweetheart I never wanna meet. (3)
2005/03/06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을까나? (18)
2005/03/01 어제의 수확물. (6)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12/03/26 12:12

For a long, long while Haydon hesitated, then did not answer. But the answer was written there all the same, in the sudden emptying of his eyes, in the shadow of guilt that crossed his thin face. He came to warn you, Smiley thought; because he loved you. To warn you; just as he came to tell me that Control was mad, but couldn't find me because I was in Berlin. Jim was watching your back for you right till the end.

나는 이 대목을 보려고 그 사투를 벌이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래도 끈질지게 물고 늘어져 팅테솔스 원서를 읽었구나 싶어졌다. 영국놈들은 하나같이 악마의 씨종내기들이지 말입니다.


1. 결국 일에 치여 팅테솔스 영화는 보러 가지 못한 김에 영화의 서술구조가 모옵시 복잡하니 원작부터 읽는 것이 네가 이로우리라 충고에 솔깃하여 열린책들부터 기웃거리다 악명자자한 롱 타임 노 시(....)에 기가 질리고 코가 막혀 응24의 카트에 우선 우겨넣고 봤던 번역판을 삼만 광년 저편으로 내동댕이친 후 대략 3초 정도 망설이고 원서를 집어들었다. 인간은 무식하면 존핸 용감한 법입지요 네.
쓰는 어휘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데 배치와 구조가 드럽게 희한해서 미친듯이 헤깔리는 르 카레 영감탱이의 문장에 입안으로 저주를 중얼중얼 퍼부으며 이쯤 되면 반쯤 오기로 오고가는 지하철 안에서 꾸역꾸역 읽어나가길 약 한 달째, 나는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 내 근성에 오렌지 주스로 건배. 하지만 The Honourable Schooloby와 Smiley's People도 있죠. 넌 안돼 임마.

2. 팅테솔스의 최종적인 교훈 1 :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릴 땐 제발 의심 좀 하고 봐라. 특히 니가 MI6 소속이라면 더더욱. 최종적인 교훈 2 : 스파이는 생각 많은 인간 특히 예술가가 해먹을 직업이 못됩니다(....). 누구 님 말씀마따나 헤이든이 익명게시판에 서방제국주의는 졸라 엿같다고 욕을 싸지르며 살 수 있었다면 모두가 훨씬 행복했을 텐데.

3. 원작 다 읽고 영화판을 봤더니 어찌나 알아먹기 쉽도록 재조립을 해놨던지 닥치고 엎드려 백팔배를 올렸습니다. 스파이물 좀 읽어봤다는 독자의 (뻔하디 뻔한;) 전개 예상과 시원한 카운터펀치에 대한 두근두근한 기대를 인정사정없이 덤덤하게 쳐즈려밟고 가버리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정직하고 친절하고 스마일리가 한 백만 배쯤 신랄하다. 솔직히 활주로 시퀀스는 졸라 무서웠어요. 게리 올드먼이 시커먼 오라를 뿜으면서 무자비하게 타박을 날려대면 에스터하이즈가 아니라 에스터하이즈 할아버지가 와도 징징 울 수밖에 없지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각본가의 숨길 수 없는 끔찍한 노고를 기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Rest in Peace, 브리짓 오코너 씨. 좋은 곳에 가세요.

4. 걸핏하면 쳐대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드립;은 고사하고 헤이든이 바이섹슈얼임을 사방천지에 공개하고 다니는데다 빌 헤이든과 짐 프리도가 연인 사이였다는 걸 대놓고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일리마저 속사정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살짝 힉겁했음. 배경이 1973년인데 헤이든 괜찮았음!? 내가 알기로 영국은 1967년에야 '21세 이상 성인 남성들의 동성애'를 법률적으로 인정;하는 희대의 개그를 쳤을 텐데!? 아 참 우리의 아서왕이자 브라이언인 채프먼도 당시의 오픈리 게이였죠. 하긴 시대가 변하니 법률도 우스꽝스럽게나마 바뀌었겠지만.

5. 아 불쌍한 짐 프리도.
영화판은 위의 저 무덤덤해서 더 마음 아픈 문장을 배우들의 연기가 벌충하고 있다. 마크 스트롱의 짙은 애정이 담긴 절절한 눈빛을 보고 났더니 아놔 쌍욕이 절로 튀어나옵디다. 야이 헤이든 시발색히야 니가 콜린 퍼스면 다냐 다야 니가 어떻게 프리도한테 이럴 수 있어!?
La Mer를 깔면서 스마일리 옹의 '왕의 귀환'(...)으로 끝나는 영화판 엔딩은 서정적이고 애틋하고 훌륭했지만. 하지만! 프리도를 서스굿 학교로 돌려보내라! 영화에선 점보하고도 관계가 깨진 채로 걍 끝나버렸잖아! 가엾은 프리도에게 몇 안 남은 위안을 이렇게 앗아가기냐! ㅠㅠ

6. The last illusion of the illusionless man. 카를라가 '사랑'에 부여한 정의.
하지만 그 illusion이 결국 헤이든의 발목을 잡았고 최종적으로는 카를라를 굴복시켰음을 생각해보면 뭐 이런 아이러니가 다 있나.

7. 퍼시 앨러라인이 너무 꼴보기 싫어서 - 늘 하는 말이지만 나는 바보는 질색이다. 생각 좀 하고 살라고 이 영감태기야 - 한 대 걷어차주고 싶었으나 스마일리 옹이 Return of the King을 찍으셨으므로 오케이오케이노-프라블럼.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스마일리는 영화판에선 게리 올드먼 옹이고 BBC판에선 알렉 기네스 경(!)이다. 얼라리? 서커스 손해본 거 없네? <<

8. 다음은 The Honourable Schoolboy에 도전합니다.
이 캐스팅으로 카를라 3부작을 다 찍겠다는 용감한 기획은 쌍수 들고 환영이지만, 그런데 HS의 주인공인 제리 웨스터바이는 샘 콜린스와 하나로 묶여버렸잖아? 더 이상 기자가 아니지 않아? 스토리라인 괜찮은 건가? 大丈夫だ、問題ない。이 무적의 개그대사를 날린 놈이 그 말 하고 2분만에 맞아죽었다는 엄연한 사실 따윈 눈을 감겠습니다.

9. 팅테솔스 완독한 기념이랍시고 뭔가 바보짓을 꾸미는 중. 내가 뻘짓에 살지 않으면 누가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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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뻘짓이 하늘을 찔렀을 때 소비자와 팬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12/03/05 17:55

일의 굽이굽이 여든 여덟 고개를 넘기고 신나게 헛소리를 할 권리를 획득한 KISARA입니다 이예─이.
3월 3일 삼겹살의 날은 결국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갔다. 더블 가운뎃손가락이나 날렸으면 날렸지 록온즈 따위의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줄 의리는 내게 없지 말입니다. 네놈들은 세느님께 부복하고 몸이라던가 몸이라던가 몸이라던가 몸을 순순히 바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야. 그러니까 우선 다 곱게 접어 뒤로 확 밀어두고 이부터 갈며 외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가 내 마음을 배신했어!!!!!!!!!

아니 정말로요. 난 우울해 할렐루야.

하여간 일의 발단은 우리의 마파신부 코토미네 키레이의 캐릭터가 뭔가 되게 낯익은 듯 아닌 듯 어디서 본 듯 두루뭉실하게 기묘한 기시감이 뇌세포를 쿡쿡쿡쿡 바늘 끝으로 찔러대는지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답은 금세 나오더라지 말입니다. 로렌스 존 워그레이브 판사님(from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이셨다.... 아놔 이놈의 수맥 타고 지맥 타는 취향 진짜 어디 안 가네 orz orz orz

포와로가 못해도 차애에서 삼애 사이는 되고 여사님 물건이라면 유명한 거 비교적 덜 유명한 거 대강 다 읽었고 올해로 대략 경력 20년(.....)을 찍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헐렁한 불량 팬으로서 개중 가장 헉헉대며 핥은 소설이라면 주저 그딴 거 조또 없이 0.1초만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벽력같이 외칠 수 있다. 내가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원서로 없어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있거든요. 제목부터 엄청 있어보이잖아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워그레이브 판사님 참 좋아했었고 지금도 사모하지 말입니다. 깔끔하고 바지런해서 단아하기까지 한 정의로운 사이코패스 완전범죄자, 소시민의 쪼잔한 복수심(....)을 충족시키는 질서/악의 화신이라니 아니 이런 모에한 악역을 다 보겠나요. 여사님의 별과 같이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최고로 성공한 악역이라고 깊은 사감을 품고 프리미엄 애슐리의 한 끼를 걸며 단언할 수 있다. 판사님은 아름답고 우아한 미중년이시잖아요. 아니라고? 나랑 싸울래요 앙?

말이 나오고 아름다운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김에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페디아에서 And Then There Were None을 한 번 찾아보고 즐거워하자고 검색을 돌렸을 때만 해도 간만의 상념에 젖어 나는 심히 우키우키했었죠. 지금은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충격과 공포의 거지깽깽이한 사실 1 : 1987년 소련 버전을 제외한 영화판 3개는 모두 필립 롬바드와 베라 클레이썬이 사실 결백하였으며 막판에 한바탕 연극을 하여 진범을 밝혀내고 살아남아 사랑에 빠진다는 결말을 채택하고 있다.

충격과 공포의 거지깽깽이한 사실 2 : 이 엔딩은 무려 크리스티 여사가 직접 개작한 1943년판 극본에 기반을 둔 것이다!!!!!

뭣이라고라!!!!!?

1943년, 애거서 크리스티는 본작을 연극무대용으로 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티와 프로듀서들은 이런 음울한 스토리로는 관객을 끌 수 없을 것이고, 아울러 이야기를 들려줄 인물이 하나도 남지 않으면 극적인 효과도 떨어지리라는 데 합의를 보았다. 그리하여 크리스티는 롬바드와 베라가 실은 누명을 썼으며, 살아남아 사랑에 빠지는 엔딩을 다시 쓰게 된다(In 1943, Agatha Christie adapted the story for the stage. In the process of doing so, she and the producers agreed that audiences might not flock to such a grim tale and it would not work well dramatically as there would be no one left to tell the tale. Thus, she reworked the ending for Lombard and Vera to be innocent of the crimes of which they were accused, survive, and fall in love).

크리스티는 본작에 크게 만족했던 듯 자서전에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면밀하고 방대한 계획 끝에 이 책을 썼고, 그 결과에 기쁨을 느꼈다'. 출판된 책은 성공을 거두었고, 직후 크리스티는 레지널드 심슨에게 각색을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평소 스스로에게 도전하기를 즐기던 크리스티는 요청을 거부하고 직접 각색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다만 띄엄띄엄 집필한 각본이 완성되기까지는 거의 2년이 걸렸다. 크리스티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죽는 결말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이해했고, 따라서 '캐릭터 중 두 명을 결백하게 하여 결말에서 맺어지고 시련을 뛰어넘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Christie had been pleased with the book, stating in her autobiography "I wrote the book after a tremendous amount of planning, and I was pleased with what I made of it." The book was very well received upon publication and soon after Christie received a request from Reginald Simpson to be allowed to dramatize it. Christie refused as she relished the challenge herself although she was intermittently some two years in carrying out the task. She knew the ending would have to be changed as all of the characters die in the book and therefore "I must make two of the characters innocent, to be reunited at the end and come safe out of the ordeal.").

엔딩 또한 극적으로 바뀌었다. 1987년에 제작된 소련 영화만이 오리지널의 결말을 그대로 반영하였다. 본 영화는, 여타 서양 버전과 마찬가지로, 필립 롬바드의 사살과 베라 클레이썬에 해당하는 캐릭터의 자살을 헐리우드식의 해피엔딩으로 바꾸었다. 베라는 진범을 속이기 위해 롬바드를 총으로 쏘는 시늉을 한다. 이 점에서 본 영화는 크리스티 자신이 1943년 연극무대용으로 각색한 버전을 따르고 있다. 연극의 또다른 결말에서는, 베라가 롬바드를 쏘았다고 믿고 망연자실하는 사이 진범이 나타나 그녀를 공격한다. 그러나 총알은 살짝 스쳐갔을 뿐이었고, 마지막 순간에 롬바드가 나타나 공포에 질린 베라의 목을 조르려는 진범을 사살한다. 영화에서 롬바드는 베라의 도움으로 건물 밖에서 죽은 척 연기하고 이후 진범을 밝혀낸다. 진범은 동기와 수법을 고백하고 자살한다. 모든 버전에서, 결과는 똑같다. 주역 중 두 명은 살아남고, 그들은 누명을 썼을 뿐 실은 결백하다(The ending, though, is radically altered. Only the 1987 Soviet film version kept the novel's ending. This film, like all the other Western versions, changed the shooting of Philip Lombard (played by Louis Hayward) and the suicide of Vera Claythorne's character (played by June Duprez) in favour of a happier Hollywood-ish ending. Vera only pretends to shoot Lombard so that the real murderer will believe he is dead. In this, the film follows the altered denouement Christie herself had rewritten for her 1943 stage version of the book. There is one major alteration — in the play, Vera thinks she has shot Lombard, after which the murderer appears and attacks her; Lombard, who was only grazed, comes to at the last minute and shoots the murderer as he is about to strangle the terrified girl. The film, however, simply has Vera help Lombard fake his death outside the mansion, then confront the culprit who commits suicide after revealing his motive and murder techniques. All in all, the end result is the same; the two major characters are left alive and innocent of the crimes they were accused of).


뭐가 어쩌고 어째!!!!!!!!!!!!!!?

드럽게 깜짝한 어린 연쇄살인범 소녀가 주인공인 배드 시드 영화판의 결말이 그 짝이 났듯 (그러나 이 경우 적어도 감독은 원작대로 컴컴한 엔딩을 내고 싶어했다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헐리우드 애들이 판권 사가서 멋대로 해피엔딩으로 뜯어고쳤으면 아이고 그놈의 시발스런 헤이즈 규약 + 헐리우드 색히들이 뭐 그렇고 그렇죠 퉷으로 넘어가고 잊어버렸을 텐데 여사님 당신 본인이 그러시면 안 돼 죠!!!!
시발 난 이 엔딩 반대요. ATTWN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판사님이거늘 나의 워그레이브 판사님의 명징함도 위압감도 절대성도 허공으로 증발했으며 몰살엔딩 + 완전범죄 크리가 아닌 ATTWN에 당최 무슨 가치가 있단 말임. 대체 어느 미친 놈이 롬바드와 베라의 연애 따위에 관심을 둔단 말인가! 어이구 이 여사님아 그놈의 노멀 해피해피 로맨스 엔딩에 대한 집착을 좀 버려요 버리란 말입니다 -_-ㅗㅗㅗㅗㅗㅗㅗ 허구헌날 반짝이는 시선을 맞추며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결혼할 거고 그리하여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씨발 매치메이커도 하루이틀이고 뚜쟁이짓도 한두 번이지 입만 열면 연애연애연애짝짓기 타령하는 품새가 영 꽁기하더니 모르는 사이에 이따구 대형 사고를 쳤네요. 빅슬립이 그놈의 헐리우드 러브 인터레스트 땜시 막판에 정분난 꼴도 눈꼴시어 죽겠는데 하물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르을!!? 이게 뭐 디즈니판 노트르담의 곱추임? 인어공주임!!? 나 죽은 뒤에 딴 인간이 포와로와 싸바싸바 못하게 막겠답시고 미리 죽여버리는 고집불통 부모에다 <면밀하고 방대한> 계획을 짜기까지 했으면 보통 눈에 쌍심지 켜고 내가 낸 결말 그대로 가져가라 한 글자도 못 바꾼다 못할 바엔 판권이고 지랄이고 없다 이 색히들아 암호랑이처럼 물고 뜯고 전투하지 않음? 해리 포터 영화판 1~2편이 영 늘어지고 미묘하게 아햏햏한 이유가 다 조앤 롤링이 각본에 손나 간섭하면서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어라 주문이 많았기 때문이라던데! 큐브릭의 샤이닝이 그리 걸작인데도 킹은 나 그 영화 시러시러 내 책이랑 달라;ㅁ; 어쩌고 땡깡부렸다던데! 이건 원작자 본인이 발 벗고 나서서 원작을 레이프했지 말입니다! 이 아주머니 제정신이냐!!!?
원작자가 자기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바닥에다 송두리째 패대기치는 이 상황에 절망했다. 진심으로 절망했다....!!

크리스티 여사의 미스터리는 등장인물들이 막판에 맺어지고 결혼하고 띠질이나 하며 지면을 낭비하지 않을수록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속설이 사실인감효. 김레알 최사실 김트루 박진리입니다. 개인적 편견이라고 돌 던질 테면 던지쇼 내가 십몇 년 넘게 사랑한 작품을 작가가 발 벗고 앞장서서 더럽히는 광경을 살아서 목도했는데 백 명이 온들 못 싸울 성 싶은가. 아 다 덤빌 테면 덤비라고!!!


PS. 미디어믹스 과정에서 삐끗해서 욕 직싸하게 먹는 일이야 일본 애니계만 봐도 널리고 깔렸지만 (십이국기라던가 구강철이라던가 게드 전....이라던가 봉신.....이라던가 마술사 오....라던가;;;;;) 그 경우 개작한 놈을 보는 눈도 없는 색히라고 직싸하게 욕해줄 수나 있지 이건 이를테면 아키타가 오펜 애니판 각본을 직접 쓰면서 섹시 짐승남(...) 오펜이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이 아자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했는데 아자리가 그만 죽어서 다시 살려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마지막에 사랑의 힘;으로 부활;해 맺어지는 스토리로 개작한 느낌... 이랄까...

......시발 내가 말하고도 진짜 호러다!!! orz orz orz orz

PS 2. 아하 이것이 초대부터 따라온 마크로스 팬들이 요즘의 카와모리 쇼지에게 느끼는 감정인가. 원작자님하 제발 좀 자제염;

PS 3. 원작자가 적인 케이스로 이 분야의 갑 : 토미노의 Z건담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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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뒤집어져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으리.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7/12/23 22:57

1. 편집자를 죽여라(編集者を殺せ, 원제 : Murder by the Book) - 렉스 스타우트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큰맘먹고 한 개 구입한 네로 울프 시리즈 일본어판. 늘 생각하지만 왜것들의 제목 짓는 센스는 참으로 황이라니까. 툴툴툴툴.

한 줄 감상 : 아치의 1인칭이 무려 ぼく. 끗. (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닥 잘된 번역이 아니었다. 모두 알다시피 울프 시리즈의 정수는 세상 끝날 때까지 쩍 들러붙어 주절주절주절주절나불나불나불나불 쉴새없이 혓바닥을 놀려대는 개싸가지독설만담난사콤비의 속을 긁고 복장은 뒤집는 독설전인데 영어의 열라 천박한 맛;까진 훨씬 유한 일본어에 기대 안 했을지언정 응당 은혼 레벨은 되어야 하거늘 행간행간마다 촘촘촘촘촘촘히 박힌 독기와 가시가 모조리 망각의 강물 속에 던져졌으니 아니 이게 웬 오밤중에 엘리제의 우울. 역시 스타우트는 원서로 읽는 게 짱이다.

하지만 콤비는 여전히 귀여웠고 なんと答えたら良いのかしら? 私、知らないファンから贈り物を貰えるとは夢にも思えないタイプの女の子だから聞かれたらどう説明したらいいか分からないわ 기타 등등등을 고.대.로. 재현하는 아치는 끝내주게 쳐웃겼으므로 대충 넘기기로 하였음. 근조 대한민국을 살아서 목도했는데 뭔들 용서 못하랴...


2. 젊은 사자(若き獅子) - 이케나미 쇼타로

제목부터 열라 쪽팔리지만 외면 외면.
이케나미 신사쿠가 끝내주게 뱃속 시커멓다는 소문을 주워듣고 오옷! 하며 가열찬 검색 워즈 끝에 애써 구입하였더니 시커멓긴 개뿔이었다. 이케나미 아니라 시바탱과 소하치와 켄땅을 다 데려와도 고작 12여 장(...)에 규격을 때려부수고 삐져나간 그 인간의 무엇을 무슨 재주로 밀어넣으리...? 초반 막말 사정을 논하는 작가의 시선이 뭣같이 껄쩍지근하여 특수 필터로 열성껏 거르고 났더니 남는 건 한줌이더이다. 이런 씨(자체 검열)
뒤쪽에 '신선조패주기'란 제목부터 후덜덜한 단편도 수록되어 있었으나 보지도 않고 집어던졌음. 아서라 고마 다 치워라... 이제야 정신 들어 회상하여 보니 이케나미는 사나다 태평기 적부터 문체가 영 내 취향이 아니었더란 말이지...

....혹여, 이케나미 쇼타로가 아니라 딴 이케나미였단 결말은 아니겠지!?


3. 하코다테 팝니다(箱館売ります) - 토가시 린타로

히로세 니키의 <히지카타 토시조 산화>가 기대에 영 못 미쳤고, 아키야마 여사의 제목부터가 개폭의 예감으로 선열한 <신선조포획첩 겐 상의 사건부>는 스스로 교토 신선조에 애정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함을 미처 상기 못했던 내 패배였으며(부장님의 존재로도 도저히 커버가 안된다;), 이 바닥에서 <토시조 살아서 다시>와 더불어 부장 총수의 레전드(...)로 명성 높은 하기오 미노리의 <산화 히지카타 토시조>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중고 문고판 주제에 6000엔!? 미쳤냐!) 복간될 때까진 거의 포기 중이고, 켄땅의 <흑룡의 관>이 나름 흥미진진한 첩보전으로 열라 잘 나가다 최후의 최후에 정말 으악할 전개로 아닌 밤중에 거품 물게 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장 관련 서적에서의 수확은 그닥 대단치 못했다. 정확히는 <불타라 검>의 막강한 뽀오쓰에 비견할 물건이 없는 것이다. 시바탱이 괜히 시바탱이 아니랑께요앗흥(...)
그래도 본질이 부장님 빠순인지라 내가 까다로운 탓이려니 여기고 새로운 책을 찾아 방황하던 차, 그간 미루고 또 미뤄왔던 토가시 린타로(富樫倫太郎)의 제목부터 하 수상쩍은 <하코다테 팝니다~막말 가르트너 사건 이문록~>을 결국 구입했더니 아 이게 예상 이상으로 걸물이지 않겠는가. 으하하하하.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르트너(Gaertner) 사건이란, 1869년 초엽에 하코다테 정부가 - 아마도 재정난을 해결해 보려는 속셈으로 - 프러시아인 리하르트 가르트너와 콘라트 가르트너 형제에게 나나에(七重), 이이다(飯田), 오오카와(大川), 나카지마(中島) 일대의 경지 300만 평을 99년간 기한으로 조차한 것을 그 다음 해에 메이지 정부가 62,500달러를 배상금으로 지불하고 겨우 손 턴 사건을 말한다. 괜히 '이문록'이 아니므로 이미 있는 이런 사실에다 픽션과 음모와 술수와 액션과 활극과 부장님(...)을 적절히 버무려 꽤 그럴싸한 첩보물 하나를 뽑아내고 있음은 한 마리 독자로서 아아주 좋은 일이나 거기서 끝나면 내가 이러고 주절주절 떠들어댈 리가 없고, 이 소설이 얼마나 범상찮은 물건인지는 일단 후르륵 넘긴 찰나에 잽씨덕 튀어나온 <프리메이슨>(두둥-) 단어 하나로 설명이 완료된다. 물론 바로 개폭하며 쓰러졌다. 나는 프리메이슨과 장미십자회가 등장하는 소설을 제정신으로 볼 수 없는 병을 타고난 몸이란 말이다...!!

어찌저찌 그럭저럭 제정신을 수습하고 개폭을 애써 참으며 차근차근 읽어나가고 있다만, 아직 반은커녕 3분의 1도 읽지 않았는데 오오토리가 얼마나 거식한 앤지 동정의 눈물을 금할 수가 없다. 오, 오라버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그 와중에 부장님은 여전히 적과 아군을 불문하고 열라 유능하신 만인의 아이돌이옵시니 하기사 부장님 빠순빠돌치고 둘째 남편 곱게 보는 애가 드물긴 하지. 이 사람의 부장님은 엄청 유능할 뿐만 아니라 은근히 귀여워서 참 마음에 든다.

토가시 린타로 作 <하코다테 팝니다> 하드커버판 244page~245page

히지카타는, 화로를 감싸안듯이 등을 구부리고 바닥에 앉아, 떡이 새까맣게 타지 않도록 바지런히 뒤집어주며 그때마다 간장을 조금씩 뿌려나갔다.
그 광경을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섬세하구나)
킨쥬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킨쥬로였다면, 철망에 떡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기다렸다가 적당히 부풀었을 때쯤에 집어 간장을 찍어먹는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허나 히지카타는, 마치 구운 떡의 전문가라도 되는 양, 간장을 뿌린 떡을 꼼꼼하게 굽는 작업에 온 신경을 쏟아 열중하고 있었다.
예전 브뤼네의 길라잡이가 되어 순찰에 동행했을 때도, 킨쥬로는 몇 번인가 히지카타와 함께 식사를 했었다.
그때마다 경이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밥공기에 그득 담긴 밥을, 히지카타는 마치 여성처럼 품위 있게, 더구나 밥풀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물론 아까운 밥을 남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히지카타의 경우, 그 자세가 실로 우아할 뿐더러 단순히 허기가 져서 쌀 한 톨도 아낀다기보다는, 흡사 그러한 행위 자체가 본인의 미의식에서 자연스레 유발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킨쥬로는 히지카타가 떡을 뒤집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킨쥬로가 히지카타의 방을 방문했을 때 마침 히지카타는 막 떡을 굽기 시작한 참으로,
「곧 끝나네. 거기 앉아서 기다리게나」
라고 한 마디 했을 뿐, 그 후로는 줄곧 입을 다물고 떡을 굽는 일에 몰두했다. 어쩔 수 없이 킨쥬로도 입을 다물고 작업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다 됐다」
작은 접시에 구운 떡을 얹었다.
탄 곳 하나 없이 전체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히지카타는 만족스런 얼굴로 떡을 응시하고는,
「히라야마 군도 들게」
접시를 내밀었다.
「식사는 벌써 끝냈습니다만」
「떡 하나쯤 못 들어가겠나」
「그게……」
「사양하지 말게」

엄마야, 까짓 떡 하나 구워놓고 열라 만족스런 얼굴이래...! (데굴데굴)
은혼 부장이라면 필시 저기다 떡이 안 보일 만큼 마요네즈를 처발라놓고 꿀항아리를 앞에 둔 한 마리 곰탱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 아이고 귀여워라.

토가시 린타로는 하코다테 정부 소재로 <살생석(殺生石)>이란 물건을 하나 더 썼는데, 이놈은 무우려 생제르망 백작(...)과 칼리오스트로(...)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 어째서!? - 이름부터 나 아베노 세이메이! 아베노 세이메이 후손이야! 라 아우성치는 음양사(...) 한 마리가 꼽사리 끼며 출판사의 짤막한 리뷰만으로도 충분히 후덜덜한 작품이다. 아... 안 봐! 안 볼 거야! 절대 안 본다니까!?


4. 도스코이(どすこい。) - 쿄고쿠 나쯔히코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딱 열한 글자로 축약할 수 있다.
쿄고쿠 나쯔히코는 변태다.

백기도연대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인간 진짜 변태다....!!! 목차 좀 봐라 목차!!!

이케미야 쇼이치로의 <47인의 자객>의 패러디인 <47인의 역사>(...)
세나 히데아키의 <패러사이트 이브>의 패러디인 <패러사이트 뚱땡>(...)
모리 히로시의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패러디인 <모든 것이 뚱땡이가 된다>(...)
스즈키 코지의 <링>/<나선>의 패러디인 <링(土俵 : 씨름판)>/<뚱땡선>(....)
오노 후유미의 <시귀(屍鬼)>의 패러디인 <지귀(脂鬼)>(...)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의 패러디인 <이유理油(의미불명)>(...)
다케모토 켄지의 <우로보로스의 기초론>의 패러디인 <우로보로스의 기초대사>(....)

한 마디로 끝에서 끝까지 기름과 살덩이와 지방으로 얼룩진 패러디 모음집이라는 것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작가진(...) 리스트는 더 후덜덜하다. 나 혼자 죽지 못하겠으니 살짜쿵 공개하겠음.

신쿄고쿠 나쯔히코(新京極夏彦)
1975년 교토부에서 출생. 87년 신쿄고쿠 상점가 어린이 스모 대회에서 준우승. 98년 <도스코이(どす恋)>로 제 1회 히가시신바시 네코마타 상점가 진흥문학상 가작 입선. 실은 난쿄쿠 나쯔히코 著 <패러사이트 뚱땡>의 등장인물.

난쿄쿠 나쯔히코(南極夏彦)
1942년 시마네현에서 출생. 수상 경력은 없음. 통칭 발빛나리(簾禿げ). 주된 작품으로는 <종마의 길고 긴 요의(種馬の長い尿意)>, <육우의 삼바(肉牛のサンバ)>, <토사견의 한숨> 등이 꼽힌다. 실은 N쿄쿠 개정해서 쯔키기메 나쯔히코 猪 <모든 것이 뚱땡이가 된다>의 등장인물.

N쿄쿠 개정해서 쯔키기메 나쯔히코(N極改め月極夏彦)
1968년 도쿄도에서 출생. 성별 불명의 복면 작가. 본작은 그의 조모가 동인지 <살>에 게재한 작품을 수정한 것이라 한다. 실은 쿄즈카 마사히코 著 <링・뚱땡선>의 등장인물.

쿄즈카 마사히코(京塚昌彦)
1950년 후쿠시마현에서 출생. 호러 작가. 데뷔작 <피칠갑한 꼬마가 명치를 쓰다듬다>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주된 작품으로 <귀에서 도마뱀이>, <좀비의 딥 키스> 등을 들 수 있다. 실은 쿄고쿠 나쯔바쇼 猪 <지귀>의 등장인물.

쿄고쿠 나쯔바쇼(京極夏場所)
학생 작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의 나이와 출신지 등은 일절 비밀에 붙여져 있다. 모 작가의 필명을 흉내내어 게릴라식으로 발표한 것이 본작이라 한다. 그러나 실은 쿄고쿠 나쯔히코 著 <이유(의미불명)>의 등장인물.

쿄고쿠 나쯔히코(京極夏彦)
1963년 홋카이도에서 출생. <망량의 상자>로 제 49회 추리작가협회상 장편상을, <웃는 이에몬>으로 제 25회 이즈미 쿄카 문학상을, <엿보는 코헤이지>로 제 1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 항설백물어>로 제 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하였다. 오랫동안 실존 인물로 여겨져 왔으나, 실은──.

료고쿠 후미시코(両国踏四股)
1970년 혼죠(本所)에서 출생. 논픽션 라이터. 12대에 걸친 뼛골까지 에도 토박이. 선조의 일기를 토대로 한 <혼죠 우베에 일기>로 각광을 받았다. 그 후로는 미스터리 작가로 전업하여 활동 중이다.

더 뭐라 할 기력도 없다. 미쳤나 봐 이 인간 OTL
목차만 봐도 돌아버릴 것 같아 읽다가 던지고 읽다가 또 집어던지고 읽다가 묻어버릴까 삽 들고 오길 반복하는 생산적이지 못한 짓을 하고 있다. 그래 이런 순 변태같은 본성을 억누르고 음침꿀쩍우울한 얘기나 쓰려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수...;

슈에이샤에서 낸 문고판은 이 미친 것 같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딱 70년대 순정풍 그림체인 권말 부록 만화 <괴기! 오오모리 니쿠히코 군(怪奇! 大極肉彦くん)>(...)이 정말 무섭게 진국이다. 쿄고쿠 나쯔히코의 미친 정신세계에 관심이 있는 분은 한 번쯤 꼭 보시길. 물론 그 후에 받는 정신적 외상은 책임질 수 없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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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에.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7/07/06 23:09

박노자 씨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이차적으로 느끼는 것은 항상 스스로에 대한 격렬한 불신과 회의감이다.
이성으로는 구구절절이 옳다고 납득되는 말을 내가 - 권위에 대한 맹종 95%와 타성 5%로 이루어진 것 같은 - 내 척추에 대고 조곤조곤 설명해주어야 하는 이 느낌이라니. 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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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터즈 갤럭시의 비밀. (이랄 것까지야)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7/06/03 12:15

4권까지 나오고 잠정적으로 중단된 신죠 카즈마(新城カズマ)의 제스터즈 갤럭시(ジェスターズ・ギャラクシー) 시리즈를 이 기회에 싹 다 처분해 버리려고 책장에서 끄집어냈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은하기병연대 <순혈의 천사(에레히=나유그)>는 신선조 같단 말야!?

읽은지 하도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기억나는 사항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음.

- 배경은 은하제국 말기. 몇 년 내로 근 십만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은하제국은 무너지고 공화파가 득세하게 된다.
- 주인공 집단 은하기병연대 <순혈의 천사>는 후세에 살육집단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 부대로, 오로지 황제에게만 절대 충성을 맹세하며, 고문과 암살쯤은 누워서 떡먹기라는 소문.
- 그 실체는 은하제국 삼재상 중의 하나인 가이홀 황종(皇種) 대공 한잘이 신설한 사관학교 출신자들. 변경 행성 출신들의 근 깡패들이 대부분인 '불량 사관들의 집단'.
- <순혈의 천사>의 주된 무기는 장검총. 말 그대로 칼자루에 총이 부착되어 있는 장검이다.
- 온건하고 듬직한 대장과 막 나가는 악독한 부대장. 대장 솜로드와 부대장 베레즈는 같은 변경 출신의 소꿉친구.
- 베레즈는 솜로드의 부관으로써의 위치에 항시 충실하며 솜로드를 최고의 지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어디서 어딜 봐도 막말에다 신선조잖아? ;;;;
(한잘 대공 = 마쯔다이라 가타모리, 솜로드 = 곤도 이사미, 베레즈 = 히지카타 토시조, 알트와인이 아마도 최후의 장군 요시노부면 그럼 주인공 알론은 뭐냐, 오키타냐? ;;;)

좀 더 조사해 봤더니 작가 본인은 단지 '역사에 자세한 사람이라면 씨익 웃게 될 부분이 많다' 라고만 슬쩍 회피하고 있으나 출판사의 선전 문구가 '은하를 무대로 한 <신선조> 등장!! <구랑전승(狗狼伝承)>에서 소년 히어로를 생생하게 그려냈던 신죠 카즈마가 <신선조>를 모티브로 신 시리즈를 개시!' 라는 둥 '신선조를 모티브로 하는 청춘군상극' 라는 둥인 이상 뭐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겠구먼. 좀 더 자세히 읽으면 배 움켜쥐고 폭소할 대목이 줄줄이 튀어나올지도. 귀찮은데다(...) 읽을 책이 산더미라서 싫지만.
하여간 일본 것들의 신선조 사랑에는 아주 질렸다 질렸어. 새삼스럽지만.

덤. 4권쯤에 가면 베레즈 부대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귀신 부장(鬼の副長)이라 불리는 모양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당신이 히지카타 부장인 줄 다 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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